제목1. 백년전쟁 아쟁쿠르전쟁의 승리자, 티모시 샬라메의 헨리 5세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혼란한 시기에 갑자기 왕이 된 헨리 5세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배경과 내용이 그렇기에, 아름다운 의상도 화려한 성도 없습니다. 영화는 어둡고 무겁습니다.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에서 보여준 그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티모시 샬라메는 이 작품에서도 25세의 왕 헨리 5세의 외로움과 고뇌를 잘 표현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듄’을 먼저 본 터라 폴 아트레이디스와 겹쳐보이기도 하는데, 티모시 샬라메의 폴을 탄생시킨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한참 100년 전쟁으로 충돌이 심하던 시기의 아쟁쿠르 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선왕의 전투적 행보에 불만을 품었던 왕자 할이 갑작스럽게 왕위에 오르면서 겪게 되는 왕으로써의 고뇌와 어쩔 수 없는 정치적인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나라와 백성, 병사들을 위한 선택을 하는 선왕 헨리 5세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전쟁의 신이 되었는지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헨리 5세는 희곡과는 달리 역사상으로는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한 성격의 야심가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왕세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희곡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성 밖에서 존 팔스타프와 함께 어울리며 방탕하게 살다가 헨리 4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해 원치 않는 왕위에 앉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방탕한 반항아에서 유능한, 전쟁의 신으로 불린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를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제목2. 국가 간 전쟁의 그림자
영화는 스코틀랜드와의 전쟁 직후 시신이 가득한 들판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오랜 전쟁으로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은 계속되고 국고 또한 우려스러운 상태이지만 헨리 4세는 수많은 반란에 의한 불신으로, 전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잉글랜드의 분열은 점점 심해지기만 합니다. 첫째 왕자 할은 이러한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궁에서 나와 술과 여자에 빠져살고 있습니다. 훗스퍼 가문에 의해 또 한 번의 반란이 일어났고, 이 전투에 출정한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나선 할은 불필요한 전투로 병사들의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하여 일대일 대결을 제안하고 승리해서 동생과 병사들을 구합니다. 영화 초반 이 장면을 통해 할의 전쟁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할이 둘째 왕자마저 전쟁터에서 죽고 헨리 4세도 질병으로 갑자기 죽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왕위에 오르게 된 후 왜 프랑스 전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수많은 반란과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진 헨리 5세는, 왕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판단해 내야 합니다. 프랑스의 도발은 계속되고, 왕과 왕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의회와 교회는 프랑스와 전쟁을 해야 한다고 부추깁니다. 백성들이 입을 많은 희생 때문에 프랑스와의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대립하는 헨리 5세는 결국 가까운 친척마저 프랑스와 내통하는 것을 알게 된 후 프랑스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믿고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던 외로운 왕 헨리 5세는 존 팔스타프를 사령관으로 데려오고 프랑스 전투에 함께 출정합니다.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존 팔스타프가 할에게 전쟁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용기와 용맹을 발휘했다는 환희에도 불구하고 영혼을 무엇보다 더럽히는 건 살인이다. 승리의 전율은 금방 사라지고 오래도록 남는 건 늘 추악한 것들이다’라고 승리 후에 남는 살인에 대한 괴로운 감각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목3.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영화는 헨리4세, 동생 토머스 그리고 대법관 윌리엄 개스코인으로 대변되는 사람들과 할의 대조를 통해 생명보다 물질과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꼬집습니다. 아버지에 의해 불필요한 전투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동생과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대신 싸운 할에게 토머스는 ‘이것은 내 전장이었고, 내 영토가 될 수 있었는데, 이 머리만 남았다’며 화를 내며 갑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를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토머스의 대사만으로도 아버지 헨리 4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들에겐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병사들과 그의 가족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전쟁 업적과 명예, 그리고 토지 확장에만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헨리 5세는 오랜 내란으로 국고가 바닥난 상태에서 백성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진압 대신 화해와 회유, 인내로 평화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대법관인 개스코인은 진정한 평화는 힘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계속 프랑스와의 전쟁을 권유하죠. 결국 프랑스 원정에 나서게 되고, 아쟁쿠르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유일한 친구인 존 팔스타프를 잃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혼인한 프랑스 공주를 통해 대법관에게 기만당하여 본인이 이 전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토지에 대한 욕심으로 선왕과 할에게 전쟁을 부추겨 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합니다.
지금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전쟁 소식을 듣고 있고, 세계는 점점 방위 예산을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휴전 국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일까요? 누구의 평화를 위한 희생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