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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고전 문학 원작 영화, 아름다운 배경 속 복잡한 인간관계

by 힘마 2024. 4. 15.

제목1. N번을 봐도 아름다운 영화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입니다. 원작의 등장인물들도 매력 있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고, 이야기의 전개도 워낙 빠르고 재미있어서 눈을 못 떼고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워낙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라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많이 기대했었는데 출연 배우들과 풍경, 의상, 영상미 모두 너무 훌륭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풍경과 의상을 담은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고전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요. 고전 영화 중에서도 보고 또 보게 되는, 손꼽히게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아름답고 영리한 엘리자베스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따뜻하고 배려심 많지만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는 묵묵한 매력남 다아시 역의 매튜 맥퍼딘의 섬세한 연기는 보는 내내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합니다. 그러나 본 리뷰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보다는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관계 속에서 조심해야 할 점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제목2. 말, 말, 말. 엉켜버리는 관계

이 작품은 우리가 인간관계 속에서 저지르는 ‘말’과 관련된 여러 잘못 들을 여러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첫 번째로 영화는 부모님들의 대화를 베넷 자매들이 엿듣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것은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온다는 한 부자 청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청년의 수입과 외모에 대한 정보가 오고 가고, 빙리라는 청년은 만나보기도 전에 베넷 가의 첫째 사위 후보가 됩니다. 다음날 베넷 식구들은 모두 무도회에 참석하고,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아시의 첫인상에 대한 평가와 런던에서 온 방문객들의 시골 마을과 베넷 자매 외모에 대한 평가가 이어집니다. 이렇듯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무심코 한 말들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그 편견으로 대하는지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어느 인물이 등장하기 전에 지인의 입을 통해 그 인물을 소개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빙리, 다아시, 콜린스, 캐서린 영부인 그리고 캐서린 영부인의 딸 등이 모두 그렇게 등장하지요. 그리고 이후에 이렇게 들은 정보 혹은 엿듣게 된 대화가 낳은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엉켜버리는 관계들의 갈등들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험담으로 인한 갈등을 보여줍니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게 묘하게 끌리지만 계속해서 거리를 둡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아시를 나쁜 사람으로 판단하게 만든 것은 다아시에 대한 위컴의 말 때문이었지요.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차갑고 오만한 사람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친절하고 자상한 첫인상의 위컴의 말만 의심 없이 믿어버립니다. 다아시의 청혼도 거절하고 두 사람의 갈등을 깊어집니다. 이 작품에서 귀감이 되는 인물은 ‘제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볼 때는 엘리자베스의 매력에 가려져 그저 예쁘고 순한 존재감 없는 인물로만 봤었는데, 영화 곳곳에서 엘리자베스에게 올바른 말를 해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인은 작품 속에서 편견 없이 타인의 좋은 점만 보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는, 매우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물론 극중 제인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것으로 되어있으나, 만나는 이들마다 가장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데에는 그녀의 성품이 큰 부분을 차지 않을까요? 타인을 대하는 제인의 자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제목3. 내 안의 ‘오만과 편견’

원작의 작가와 감독은 엘리자베스에게 많은 부분을 투영하여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 “남자들은 다 단순해. 멍청한 속물이라고.”라는 대사를 통해 엘리자베스 안의 오만과 편견을 보여줍니다. 또한, 극중 못난이의 정석을 보여준 ‘콜린스’와 결혼하려는 친구 샬롯을 향한 엘리자베스의 태도를 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결혼에 있어서 사랑이 중요한 가치였던 엘리자베스는 어떻게 그런 남자와 결혼할 수 있냐며 샬롯을 몰아세웁니다. 샬롯에게는 결혼은 현실적인 문제였지요. 제가 만나온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저도 얼마나 많이 엘리자베스와 같은 오만한 말로 상처를 입혔을까요? 사람마다 가치 기준이 다르다는 것과 그것의 우열을 매기는 것은 오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점점 나이를 먹고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다고 불쑥 불쑥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다 파악했다는 듯이 사람을 판단하고, 제 기준대로 타인의 선택에 혀를 찰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감상하며 덕분에 ’내 안의 오만과 편견‘을 재검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설 <어린 왕자>의 주인공이 말하는 이상한 어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이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야겠습니다.

극 중 콜린스 목사의 설교의 한 부분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간혹 교만한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사랑보단 편견으로 대할 때가 있습니다.”

편견보다는 사랑으로 사는 오늘이 되길 기도합니다.